같은 상품인데 HS코드 다르면 관세도 달라져…관세청, 해외 통관분쟁 집중 지원
10월 31일까지 ‘HS 통관애로 집중 신고기간’ 운영
해외 세관과 품목분류 충돌 시 사전심사·영문 분류논리 지원
국내 판단이 상대국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어서 사전 대응 중요
같은 상품을 놓고 한국과 수입국 세관이 서로 다른 품목번호를 적용하면서 추가 관세나 통관 지연을 겪는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세당국이 품목분류 분쟁 집중 신고를 받는다.
관세청 관세평가분류원은 9월 7일부터 10월 31일까지 8주간 ‘품목분류(HS) 통관애로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외 세관과 품목분류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한 기업뿐 아니라 아직 실제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품목분류 차이로 통관 차질이 예상되는 수출기업과 해외 현지법인도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관세평가분류원은 전담직원을 지정해 우선 처리하고, 국내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받지 않은 상품은 사전심사 절차와 연계한다.
필요할 경우 상대국 세관에 제출할 수 있도록 품목분류 근거를 담은 영문 자료도 지원한다.
HS코드 하나 달라져도 관세율·수입조건 달라질 수 있어
HS(Harmonized System)는 세계관세기구(WCO)가 만든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다.
국제적으로 상품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기 위한 제도지만, 실제 상품이 어느 품목번호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국가별 세관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품목번호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통계 분류번호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HS코드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적용이나 각종 수입요건과 연결될 수 있다. 특정 국가에서 다른 품목으로 분류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관세가 부과되거나 추가 서류·인증을 요구받아 통관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기술 변화로 기능이 복합화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부품, 반도체 관련 제품처럼 하나의 제품이 여러 기능을 갖고 있는 경우 어느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할지를 놓고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당국이 품목분류 분쟁을 수출 이후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출 전에 관리해야 할 위험으로 보는 이유다.
분쟁 발생하면 전담직원 지정…국내 사전심사와 연계
이번 집중 신고기간은 관세청이 추진하는 ‘품목분류 국제분쟁 신속 대응체계’의 하나다.
대응체계에는 ▲품목분류 사전정보 제공 강화 ▲실시간 통관애로 파악 ▲관세청 본청·관세평가분류원·해외 관세관 공동 대응 ▲신속 해결을 위한 기반 강화 등이 포함됐다.
수출기업이나 해외 현지법인은 외국 세관과 품목분류 문제가 발생했거나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관세평가분류원 누리집의 ‘HS 국제분쟁 신고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분류원은 담당자를 지정해 우선 처리할 방침이다.
해당 상품에 대해 국내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받지 않았다면 사전심사 신청도 함께 진행하도록 해 기업이 자신의 상품에 적용할 적정 HS코드와 판단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사전심사 결과가 나오면 기업에는 해당 품목번호와 분류 근거를 담은 회신문이 제공된다.
해외 세관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분류 근거를 설명하는 영문 자료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받은 HS 판단, 외국 세관도 그대로 따라야 할까
다만 국내에서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받았다고 해서 해외 통관 과정의 분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HS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상품분류체계를 사용하지만 구체적인 상품에 어떤 품목번호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국 세관의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관세당국이 발급한 품목분류 사전심사 회신문이나 분류 논리는 해외 세관에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상대국 세관의 판단을 반드시 구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지원도 해외 세관의 결정을 한국 관세당국이 직접 변경하는 제도라기보다, 우리 기업이 상대국에 제시할 분류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원하는 성격에 가깝다.
결국 분쟁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수출 전에 상대국의 품목분류 기준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국 사전심사 활용하면 분쟁 예방 가능
관세평가분류원은 이에 따라 분쟁 발생 이후의 지원과 함께 사전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도 확대하고 있다.
관세법령정보포털의 ‘세계 품목분류(HS) 정보시스템’에는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HS 표준해석 지침과 ‘K뷰티 화장품 HS 가이드’ 등이 제공된다.
관세평가분류원 누리집에서는 주요 교역국이 운영하는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와 신청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
수출기업이 한국에서만 품목번호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입국의 사전심사제도를 활용하면 실제 물품이 현지 세관에 도착하기 전에 분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수출 규모가 크거나 두 품목번호 사이의 관세율 차이가 큰 상품, 분류에 따라 인증·허가 등 수입요건이 달라지는 상품이라면 수출 계약 단계에서부터 상대국의 품목분류를 확인할 필요성이 더 커진다.
8주간 집중신고…문제는 기업이 분쟁을 얼마나 일찍 알리느냐
이번 집중 신고기간은 10월 31일까지 운영되지만 HS 국제분쟁 신고센터를 통한 지원 자체가 이 기간에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분류원은 집중 신고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와 국제분쟁 신고센터 이용 방법 등을 담은 자료를 수출기업과 관련 협회에 배포하고 상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업이 통관 문제가 장기화된 뒤에야 신고하기보다 분쟁 조짐이 나타나는 단계에서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국에서 이미 품목분류 결정과 과세가 이뤄진 뒤 불복 절차까지 진행된 경우와 통관 전에 분류 이견을 발견한 경우에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별 품목분류 판단이 다른 문제는 개별 기업의 행정 지원만으로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두고 반복적인 국가 간 분류 차이가 발생한다면 개별 통관 지원을 넘어 양국 관세당국 간 협의나 국제적인 품목분류 기준 정비가 필요한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집중 신고기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해외 HS 분쟁이 조기에 발견되는지뿐 아니라, 실제 통관 지연이나 추가 관세 부담을 얼마나 해소했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현진 관세평가분류원장은 “해외 품목분류 분쟁은 발생 후 대응뿐만 아니라 수출 전 예방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정확한 품목분류 정보를 활용하고 분쟁 발생 시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 예방부터 해결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품목분류 관련 해외 통관애로는 관세평가분류원 누리집의 ‘고객의소리-품목분류(HS) 국제분쟁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